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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파랗고 파아란 겨울 여행 : 양양 쏠비치

by tourista 2022. 1. 14.


세상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가장 많이 필요한 물감은 무슨 색일까요? 아마도 파란색이 아닐까 싶어요. 적어도 이번 여행만큼은 파랑이 정답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하늘도 바다도 온통 파랑으로 가득한 풍경들을 눈 속에 마음 속에 가득 담고 온 겨울바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떠나기로 한 가족여행, 이번 겨울여행의 목적지는 양양 쏠비치였습니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 그러니까 십여년 전 쯤 작고 파란 수영팬티를 입고 바다가 보이는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물미끄럼틀을 타던 꼬마들이 대학생이 되어 다시 쏠비치로 가족여행을 왔습니다.
그 시절 즐겁게 뛰어놀던 두 아이들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지만 많은 시간이 흘러 성장한 두 아들의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든든하고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양양의 바다는 더 파랗고 더 힘차고 더 파도가 높은 겨울의 바다를 여한없이 보여줍니다. 끝없이 펼쳐진 양양 앞 바다의 풍경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 속까지 파랗게 물들것만 같습니다.
양양 쏠비치는 콘도미니엄과 호텔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드넓은 바다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있는 콘도미니엄 3층에 묶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침에 떠오르는 동해 바다의 일출과 밤바다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원없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전망 좋은 방을 확보하기 위해 일찍 체크인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낙산사를 향했습니다. 늦은 오후라서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부드럽게 느껴지는 길을 천천히 걸어올라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해수 관세음보살님을 만났습니다. 걸어올라가는 길에는 길 양쪽으로 소원을 적은 연두색 띠들이 빼곡히 걸려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성적 올라가게 해주세요, 전교1등해서 00콘서트 갈 수 있게 해주세요, 비트코인으로 대박나게 해주세요' 등등 모르는 이들의 소원들을 읽으며 걷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너무 솔직해서 웃음이 나기도 하고 비슷 비슷한 소원들에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소원과 희망은 어쩌면 이루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소원이든 어떤 희망이든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바라는 것은 누구든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니까요.
바다새들이 해수 관세음보살님의 어깨 위에 머리 위에 날기도 앉기도 하는 풍경이 아름다운 보살님의 인자함과 함께 자유로운 풍경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자유와 희망의 풍경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사진 찍기 싫어하는 두 아들들도 기꺼이 동의하는 가족사진을 동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풍경 속에 남기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낙산사 큰 법당에 삼배를 올리고 작은 궁궐 같은 아담한 풍경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쁜 기와로 장식된 토담, 마당 한가운데 세월을 품고 서있는 단아한 석탑, 마당 한 구석에 놓인 작은 해태 석상 등을 살펴보며 유난히 화마에 훼손되는 일이 많았던 이 아름다운 사찰이 무탈하게 오래 오래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절하고 음식들이 깔끔하고 맛있는 회집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대화와 함께 싱싱하고 맛있는 회와 대게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양의 음식으로 음식 고문을 당했다며 즐거운 투덜거림을 나누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과식의 부담을 덜고 밤바다를 즐기기 위해 숙소에서 연결된 해변을 걸어보았습니다. 어둠이 내려 사방이 조용한 가운데 시각이 줄어든 만큼 더 예민해진 청각을 통해 '촤르르 촤르르' 파도 소리가 감성적으로 느껴지며 마음 속 깊이 퍼져갔습니다.
밤바다의 낭만을 즐기면서 걷다 보니 호텔 로비로 이어졌습니다. 자연을 충분히 느끼고 만나는 화려하고 고급스런 호텔의 풍경들이 또 다른 색깔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겨울 밤바다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흰 선들이 생성되고 사라지는 모습들을 바라보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습니다.
아침 해돋이 시간에 맞춰 둔 알람소리에 일어나 동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올 한 해의 평안을 다시 한번 기도했습니다.


유난히 음식 맛에 진심인 큰 아들이 추천해주는 식당과 카페의 선택은 실패하는 일이 드뭅니다. 점심으로 아들이 추천해 방문한 막국수 집은 역시 성공적이었습니다. 감자피로 빚은 만두의 부드럽고 쫀득한 맛과 고명이 풍부한 명태회가 들어간 비빔막국수는 맛과 양이 더할 수 없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더욱 감동스러웠던 건 큰 아들의 행동이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모두 만족해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큰 아들이 일어나 말없이 계산대로 가더니 점심값을 지불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가족들을 위해 점심을 대접하는 아들의 행동이 어찌나 기특하고 대견해 보이던지 영원히 잊지 못할 맛있는 막국수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 된 두 아들과의 가족 겨울여행은 어린 시절 해맑게 뛰어 놀던 귀여웠던 두 아들의 추억을 떠올리는 즐거움, 의젓하게 성인으로 성장함에 고마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은 언제나 충만감을 안겨줍니다. 가족과의 다음 여행이 또 기대됩니다.

오늘도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

from: J. Kang

p.s: 여행을 다녀온 후 아들이 사 준 막국수의 감동을 라디오 사연으로 보냈더니 뜻밖의 선물에 당첨되었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또한 여행을 통해 얻게 된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간단한 문자로 화장품세트 획득, 아들이 준 또 다른 선물이 되었습니다.

<추천 맛집 & 카페>
*다래회집 (양양군 손양면 수산항)
-싱싱하고 깔끔한 음식, 친절함
*소돌막국수 (주문진읍 연주로)
-막국수의 고명과 양이 풍부함, 친절함
* (강릉시 사천면 진리해변길)
-옥상에 하늘로 향하는 듯한 계단이 있음
커피와 베이커리가 다양함. 바다 전망이 멋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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