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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여행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시'

by tourista 2020. 9. 15.

가끔 TV에서 여행에 관련된 프로그램들 관심있게 보시나요?
어떤 프로그램 좋아하세요?

 

저는 EBS에서 방영하는 <세계테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가보지 못한 여행지에 관한 소개가 나오면 다음에 꼭 가보리라 마음 속에 찜해두는 곳들이 가끔 있죠.

 

어느날 스코틀랜드의 어느 지방에 대해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진행자는 보통 그 지역의 특성과 연관성이 있는 인물로 유명인이 아닌 분들이 진행하는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들 진행을 잘 하시더라구요.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성이 있어서인지 여행하는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이고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려는 진정성이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유명인 보다는 그 지역의 애정을 가지고 소개할 수 있는 인물을 진행자로 선정하는 피디의 진행방식 칭찬해 주고 싶네요.

 

예를 들면 프랑스 지역이라면 샹송가수가 진행한다거나 남태평양지역이라면 스쿠버다이빙선수가 여행지를 소개한다거나..... 이런 식이죠.

여행 중에 함께 샹송을 부르기도 하고 바다 속으로 다이빙을 하기도 하면서 현지인들과 연결고리를 통해 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마저도 여행지에 대한 친숙함과 편안함을 전달해 주었고 진행자의 여행을 통해 느끼는 행복한 마음이 전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스코틀랜드편에선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배우 겸 작가인 여성분이 진행하셨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연초록빛으로 가득한 전원적인 시골 풍경들과 주인 없는 오래된 고성들이 지나온 세월의 묻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 말없이 서있는 고풍스러운 풍경들...

 

스코틀랜드 - google image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의 잔디와 그 끝에 깎아지른듯 떨어지는 절벽, 그 아래 흐르는 바다 풍경...

저 마을을 조용히 혼자서 거닐어 보고 싶다. 저 푸른 대지를 오롯이 나 혼자 바람을 맞으며 걸어보고 싶다.

온전한 자유인이 되어 누리는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게 하는 충동이 이는 여행지였어요.

'꼭, 그 곳에 가보고 싶다.' 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 최고의 여행 프로그램 아닐까요?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들려 주었던
헤르만 헤세의 <흰 구름> 이라는 시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흰 구름>   

                                                   

                                            -헤르만 헤세-

 

보라, 흰구름은 흘러간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고요한 멜로디처럼

푸른 저 하늘을 떠돈다.

 

기나긴 방랑의 길에서

나그네의 온갖 슬픔과 기쁨을

맛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 구름의 마음을 알 길이 없으리.

 

나는 태양과 바다와 바람처럼

떠도는 흰 구름을 사랑하니

그것은 고향을 잃은 자의 

누나이고 천사이기에...

 

 

어떠신가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나그네의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 저 구름의 마음을 이해하시나요?

 

"나그네의 온갖 슬픔과 기쁨을 맛본 사람이 아니고서야 저 구름의 마음을 알 길이 없으리..."

 

누구나 한번 쯤은 아니 가끔은 정처없이 떠나고 싶을 때가 있으시죠?

그냥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하늘의 흰 구름처럼 둥실둥실 떠다니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 있으시죠?

 

 

제가 몇 년 전 섬진강 주변을 여행하다가 찍은 사진인데요.

섬진강과 흰 구름이 너무도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는 멋진 풍경이어서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진이예요.

 

헤르만 헤세의 <흰 구름>이란 시와 함께 제가 마음 속에 담아 두고픈 풍경 사진입니다.

하늘, 구름, 산, 강...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찍어도 하늘의 흰 구름 만큼은 항상 모양이 달라서

똑같은 사진을 만들어 내진 못한다는 점이예요. 

그래서 다른 풍경은 다 같아도 구름 모양까지 같은 사진을 찍을 순 없죠.

구름 풍경 마저 똑같은 사진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 사진이 저에게는 더 귀하게 느껴지는 사진이랍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같은 나라, 같은 장소를 간다 해도 그 때의 계절, 날씨, 동행하는 사람 등에 따라 그 느낌이 다 달라서

똑같은 여행이란 없는 것이죠.

 

요즘 공기가 맑아서 하늘도 파랗고 뭉게뭉게 펼쳐진 흰 구름들이 때로는 솜사탕처럼 때로는 양떼들처럼 때로는 굴뚝을 빠져나오는 연기처럼... 하늘을 캠퍼스 삼아 매일매일 전시회를 하듯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려냅니다.

 

똑같은 하늘에 똑같은 구름은 없기에 예쁘다고 멋지다고 비슷한 사진들을 자꾸자꾸 찍게 돼서 핸드폰 갤러리에 하늘, 구름 사진이 잔뜩 들어차 있곤 해요.   몇 개만 고를려도 이것도 저것도 다 예뻐보여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하늘도 맑고 흰 구름도 어디론가를 향해 흘러가고 기분 좋은 바람도 불고...나그네의 마음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나그네의 마음을 실현하기엔 너무도 기약이 없군요.

 

하늘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올려다 보며  여행하고 싶은 내 마음을 떠도는 구름에 실어 보내고 싶네요.  정녕...

 

오늘도 파아란 하늘 같은 청명한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안녕~

 

                                                                                            from:  J.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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