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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비 내리는 단풍 거리를 걸으며..

by tourista 2020. 11. 1.

   내가 사는 목동의 가을 단풍은 어느 여행지 못지않게 화려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오래된 아파트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세월이 만들어 준 자연의 풍성함이 있기에  이 동네를 쉽사리 떠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렇게 단풍이 흐드러지게 온 동네를 가득 채우는 가을은 더욱 그 이유가 뚜렷해집니다. 어제는 동네 뒷산인 계남산의 단풍을 즐겼으며 오늘은 마침 비가 오는 바람에 비를 머금어 색깔이 더욱 선명해진 단풍나무들을 감상하며 걸었습니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도 좋았지만 '빗속에서'라는 노래를 들으며 걸으니 더욱 감성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떠나야 했나요. 나의 마음 이렇게 빗속에 남겨두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모든 감성은 사랑과 미움, 아쉬움으로 부터 비롯되어 절절한 감정이 흘러나오나 봅니다.

 

  단지 안의 모든 거리들이 단풍의 풍경을 뽐내고 있지만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조금 큰 규모의 공원으로 양천공원이 있습니다.  최근 새 단장을 하여 개장하여 어떻게 달라졌나 기대를 하며 돌아보았습니다.  지난겨울부터 시작된 공사가 가을에야 끝난 것에 비하면 그다지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농구를 하며 놀던 아스팔트 광장이 잔디광장으로 바뀌었고 농구대는 배드민턴장과 합쳐졌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변화는 '양천공원 책쉼터'라는 작은 도서관이 공원 안에 생겼다는 것입니다.  창밖 공원 풍경을 내다보며 자연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아직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기대가 됩니다.  개관하면 조용한 오전에 산책도 즐기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겠지요.

  저는 오래도록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느끼는 익숙함에 대한 편안함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간간히 달라지는 이런 동네의 작은 변화들이 새로움을 전해 주어 반갑습니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입니다.  봄의 사랑스러움, 여름의 강렬함, 가을의 풍성함, 겨울의 청량함  모두를 느끼고 누릴 수 있으니 생각도 감성도 보다 풍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높이 평가받는 것은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풍부한 자연을 가지고 있는 지리적 영향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가을 단풍이 화려한 공원 옆 작은 카페에서 새로 산 노트북에 글을 적어보는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일상의 행복에 감사함이 마음속에 잔잔하게 퍼져갑니다.

 

From: J. Kang